“한림수직에서 생의 한 계절을 보낸 사람들. 스물다섯에 입사해 예순하나에 퇴사한, 한림수직에서 가장 오랜 근무자인 이봉선 님의 기억 속 한림수직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 수녀님
1961년 어느 날,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세 수녀님이 우리 마을 성당에 오셨습니다. 직조물 강습소 선생님으로 온 분인데, 일자리가 필요한 마을 사람들은 반기는 눈치지만, 하릴없이 성당만 다니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겠지요.
시작
세 수녀님이 양팔을 걷어붙이고는 양털을 밀고, 털 뭉치를 물레에 돌려 실을 뽑더이다. 이 부드럽고 얄팍한 실을 엮으니 모포와 쉐-타, 양말이며 목도리, 모자가 되더군요. 요 물건이 잘사는 집 아낙네들의 혼숫감으로 인기를 끌었어요. 덩달아 마을 사람들 살림살이도 한층 나아졌고요.
제주 소녀
어느 날 로자리 수녀님이 내게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물었어요. 원한다면 숙소도 제공하겠다고요. 나는 그 손을 잡았습니다. 봉급을 따박따박 받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고마운 것은 나를 믿는 수녀님의 마음이었어요. 나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한림 바깥의 제주시, 서귀포시, 성산읍까지 다니며 사람들에게 실감을 배분하고, 완성된 옷을 수거해 왔지요. 혹여 하자는 없는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기억들
나를 믿고 지켜준 수녀님을 생각하며 한림수직에 다녔고, 어느덧 머리 희끗한 할망이 되었죠. 한림수직 폐업식에서 40년 최장기 근속자로 명예훈장도 받았습니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붉은 벽돌집을 장만했고요. 매년 12월 무렵 아일랜드에 있는 수녀님들이 내게 엽서를 보내주었습니다. 비뚤배뚤한 한글을 꾹꾹 눌러 담아서요. 로자리 수녀님은 몇 년 전 하늘나라로 갔지만, 한림수직을 기억하는 수녀님들이 여전히 카드를 보내오죠.
한림수직 이야기 목자의 손길, 소녀의 성장
한림수직에서 생의 한 계절을 보낸 사람들. 스물다섯에 입사해 예순하나에 퇴사한, 한림수직에서 가장 오랜 근무자인 이봉선 님의 기억 속 한림수직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 수녀님
1961년 어느 날,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세 수녀님이 우리 마을 성당에 오셨습니다. 직조물 강습소 선생님으로 온 분인데, 일자리가 필요한 마을 사람들은 반기는 눈치지만, 하릴없이 성당만 다니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겠지요.
시작
세 수녀님이 양팔을 걷어붙이고는 양털을 밀고, 털 뭉치를 물레에 돌려 실을 뽑더이다. 이 부드럽고 얄팍한 실을 엮으니 모포와 쉐-타, 양말이며 목도리, 모자가 되더군요. 요 물건이 잘사는 집 아낙네들의 혼숫감으로 인기를 끌었어요. 덩달아 마을 사람들 살림살이도 한층 나아졌고요.
제주 소녀
어느 날 로자리 수녀님이 내게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물었어요. 원한다면 숙소도 제공하겠다고요. 나는 그 손을 잡았습니다. 봉급을 따박따박 받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고마운 것은 나를 믿는 수녀님의 마음이었어요. 나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한림 바깥의 제주시, 서귀포시, 성산읍까지 다니며 사람들에게 실감을 배분하고, 완성된 옷을 수거해 왔지요. 혹여 하자는 없는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기억들
나를 믿고 지켜준 수녀님을 생각하며 한림수직에 다녔고, 어느덧 머리 희끗한 할망이 되었죠. 한림수직 폐업식에서 40년 최장기 근속자로 명예훈장도 받았습니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붉은 벽돌집을 장만했고요. 매년 12월 무렵 아일랜드에 있는 수녀님들이 내게 엽서를 보내주었습니다. 비뚤배뚤한 한글을 꾹꾹 눌러 담아서요. 로자리 수녀님은 몇 년 전 하늘나라로 갔지만, 한림수직을 기억하는 수녀님들이 여전히 카드를 보내오죠.
(주)콘텐츠그룹 재주상회ㅣ대표자 고선영ㅣ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탑동로2길 3, 2층 전화 070-4229-9422 ㅣ사업자등록번호 244-81-00273 [사업자정보확인] ㅣ통신판매업 신고 제 2024-삼도이동-093 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고선영 (hallimhandweavers@gmail.com)